웹소설

허언의 세계 (그들이 사는 법) #1

special S 2023. 11. 4. 00: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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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언의 세계의 이미지

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언주의 고시원에도 따스한 햇살이 들어왔다.

대학 졸업 후 마땅한 곳에 취업을 하지 못했던 터라 밤늦게까지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새벽에 잠이 든 언주는 

암막 커튼을 비집고 나온 한 줄기의 빛 때문에 점심이 다 되서야 잠에서 깼다.

그때 마침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.

"여보세요. 언주니? 끼니는 잘 챙겨 먹고 있능겨? "

"네~잘 챙겨 먹고 다녀요. 걱정하지 마셔라~. 그런디 엄니, 돈이 조금 필요해라~회사에서는 3 개월마다 입금이 되서라~"

" 그려~~ 마침 콩 작업 한 게 들어왔으니까 돈 보낼 텡게.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기고요~"

통장의 잔고가 바닥이 났기에 그렇게 통화를 마친 후, 언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. 

그러면서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본 그녀는 자괴감과 상실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.

'왜 나만 이렇게 찌질하게 살아야 되지?'  '나만 빼고 다 행복해 보여...' 

사실 언주는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남자 보는 눈이 매우 높았다. 남자의 필요성도 느끼지를 못할뿐더러 아무나 만나지 않고 멋있고 근사한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.

하지만 언주는 지금 처한 상황과 맞물려 외로움이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. 참을 수 없었던 나머지 친구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.

"언주야~ 잘 지냈니?"

" 그럼~뉴욕에서 일주일 전에 들어왔어~ 보고 싶다 기지배야~"

"그래~얼굴 한 번 보자. 어디서 볼까?"

"클럽 한번 가보고 싶어~~ 스트레스 한번 풀어보자!"

"좋아~그럼 청담에서 만나자~"

예쁜 외모 덕분에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'부잣집 외동딸 같다'. '재벌집 막내딸 같다'라는 말을 밥 먹듯이 듣고 지냈던 언주는 요즘 아이들이 흔히 하는 sns는 하지 않는다. 마땅히 올릴 것도 없고 자기 자신의 정체가 탄로가 나는 게 너무 두려워서였다. 자주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연락하는 주희에게 조차 뉴욕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고 거짓말을 할 만큼 자기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. 어쩌면 만남의 장소도 클럽으로 정한 거 보면 진지한 대화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. 언주의 외모가 뛰어나고 매력적이기에 주희 역시 어떠한 의심 같은 걸 하지 않고 언주를 그냥 믿고 따르는지도 모른다.

언주와 주희는 요즘 핫하다는 클럽 헤븐에서 만났다. 오랜만에 보는 거지만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서로가 너무 친근해했다. 

" 주희야~ 잘 지냈니? 뭐 하고 지냈어?

"나야 뭐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지 뭐. 언주 너는 잘 지냈어?

" 뉴욕에 잠깐 머리 식히러 갔다가 이제 회사에 들어가야지. 아버지가 이제 그만 놀고 들어오래."

" 아 맞다. 너희 아버지 회사 운영하시지? 언주 너는 좋겠다. 난 회사에서 눈치 보느라  죽을 맛인데.."

부러움에 가득 찬 주희의 눈빛을 즐기는 언주에게선 거짓말에 대한 일말에 죄책감이나 두려움 따윈 보이지 않았다. 그냥 이 순간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즐기고 있었다.

그때 주희는 급하게 집에 급하게 일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먼저 자리를 뜨고 같이 나갈까 고민했던 언주는 남아서 한잔 더 하기로 하고 스테이지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던 그 때,

" 혼자 오셨나봐요? 같이 한잔 하시죠? 리플리 문 이라고 합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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